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연구 성과를 활용한 새로운 표적항암제 개발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암세포가 어떻게 적응해 살아남는지가 수수께끼였다. 그런데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체내 산소 농도를 조절하는 저산소유도인자(HIF) 단백질이 혈관 등을 생성해 암 세포에 산소를 대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국내외 제약사들이 타깃으로 삼은 HIF 유전자의 발현 자체를 차단, 산소 공급을 막고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지트리비앤티는 HIF-1α 억제 물질인 `OKN-007`을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다. 저산소 상태에서 세포 변화를 일으키는 HIF는 지금까지 HIF-1, HIF-2, HIF-3 세 종류가 확인됐는데 이 중 암세포가 저산소 환경을 극복하고 증식하도록 돕는 것은 주로 `HIF-1α`인 것으로 밝혀졌다. 악성 뇌종양 질환 가운데 하나인 교모세포종은 전체 뇌종양의 15%를 차지한다. 종양이 세포와 조직 사이로 촘촘하게 뻗어 있어 성장·전이 속도가 매우 빨라 치료가 쉽지 않다. 미국 내 암 관련 사망률 4위에 오를 만큼 위험한 암으로, 수술과 함께 항암 방사선치료를 병행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높다.

지트리비앤티 관계자는 “최근 완료한 뇌종양 환자 대상 미국 임상 1b상에서 기존 환자 데이터와 비교해 전체생존기간(OS)이 연장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교모세포종 외 다른 고형암을 대상으로도 HIF-1α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지 전임상(동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는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산소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산소 부족을 겪는데 HIF-1α가 암세포 외부에서 발현돼 혈관 생성 등을 돕고 추가 산소를 공급해 암세포 생존에 도움을 준다”며 “이 때문에 고형암 치료가 떨어졌는데 HIF-1α를 잡으면 다양한 고형암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코스닥에 특례 상장된 올리패스도 `HIF-1α`를 표적으로 하는 비소세포폐암·흑색종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현재 전임상 단계로 2022년까지 해외 기술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MSD가 HIF를 억제하는 기전의 신장암 치료제 `PT2977`을 개발 중이다. MSD는 지난 5월 PT2977 개발사인 미국 펠로톤 테라퓨틱스를 22억달러에 전격 인수한 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빈혈 치료제로 쓰이는 `록사두스타트`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할 예정으로 HIF를 활용한 최초의 글로벌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임상 3상을 끝내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빈혈은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HIF 기전은 암 외에 빈혈 치료 분야에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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